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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할 수 없는 소리의 실험들, 잠비나이 "차연 Differance"
    2012 헬로루키/Story 2012. 7. 20. 13:36

    “잠비나이 음반에는 가야금으로 비틀스의 노래나 복제하는 정신 나간 퓨전도 없고,

    뉴 에이지에 경도되어 버린 편협한 반복도 없다.

    퓨전 국악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돌아서는 이들의 발목을 붙잡는 작품이다.

    이런 음악은 꼭 들어줘야 한다.”
    (대중음악의견가 서정민갑)

     

     
    버려진 철길 터널 속에서 세 명의 연주가들이 레일 위에 앉아 역광을 배경으로 격렬한 연주를 펼친다.

    팔이 끊어질 정도의 기타와 거문고 연주, 그리고 그 사이를 길 고양이처럼 뚫고 들어가는 해금 소리.

    잠비나이의 곡, ‘나부락’ 뮤직비디오다.

    곡당 10분에 육박하는 긴 호흡 동안 듣는 이의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퍼포먼스 예술집단

    ‘잠비나이’(Jambinai)’의 라이브 공연을 본 이들은 하나같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내뱉는다.

    하드한 드럼과 일렉 기타 사운드를 내뿜는 저들이 정녕 퓨전국악그룹인가.

    내가 알던 거문고가 저토록 뜨거웠나.

    ‘부딪힘’과 ‘어울림’을 뜻하는 잠비나이는 국악 전공 동창생인

    이일우(기타, 태평소, 피리, 생황 외), 김보미(해금, 실로폰, 트라이앵글 외), 심은용(거문고 외)이 모여 꾸린 팀이다. 2010년 첫번째 미니앨범을 낸 후 프린지 페스티벌을 거쳐

    지난해 문래예술공장 신인 예술가 지원 프로젝트 ‘MAP’에 선정,

    2011 EBS 스페이스 공감 ‘올해의 헬로루키’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번 앨범 역시 MAP의 지원으로 제작된 것.

    연주 중반 몽환적인 창 소리가 돋보이는 ‘Grace Kelly’, 곡이 끝났다고 느낄 때쯤

    휘몰아치는 신들린 듯한 기타 속주로 반전을 알리는 ‘나부락’,

    그리고 서정적인 거문고 연주 뒤에 폭발적인 드럼 사운드가 폭발하는 ‘바라밀다 Part2’.

    모두 이들의 풍부한 실험 DNA를 잘 보여주는 곡들이다.

     

     
    사실 ‘퓨전’이라는 단어를 갖다 대면 음식도, 옷도, 음악도 뭔가 실패한 실험이 되기 쉬운 법.

    그러나 어쿠스틱 거문고와 일렉트릭 기타가 결합된 잠비나이의 앨범은

    국악기로 애써 포스트 록 스타일의 음악을 재현하려 하지 않는다.

    ‘사이키델릭 록’이나 ‘프로그레시브 록’ 등 하나의 장르로 자신들의 소리를 가두거나,

    국악기라는 전통적 이미지에 편승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이질적으로 맞부딪히는 동서 악기들이 내는 여러 가지 어울림을 찾을 뿐.

    그리고 거기엔 명백한 분출의 순간이 있다.

    어느 해체주의 프랑스 철학자가 이야기했던

    ‘어느 의미로도 정해지지 않는다’는 ‘차연(差延)’이 앨범 테마가 된 것도 그 때문.

    무용, 연극, 미술 등 타 분야와의 활발한 창작활동을 병행해 왔던 멤버들은 기지건설 반대를 외치는 강정마을도 가고,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며, 신인 콘테스트와 록페스티벌을 가로지르며 전천후 음악 활동을 벌인다.

    사실 장르는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은가.

    폭발하는 사운드로 기존의 소리를 파괴하면서도 속도감과 여백미를 잃지 않는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퓨전국악이 부딪힌 한계와 고립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매일경제 Citylife 제316호(12.02.28일자) 박찬은 기자 기사 발췌, 편집)

EBS 𖤐 HELLO ROOK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