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세 제주남자 “인디밴드와 올레길 가실래요?”
    2012 헬로루키/Story 2012. 6. 12. 17:12

     

    제주록페스티벌 실현하려 
    음악평론가·음반사 대표인
    박은석·부세현·고건혁 뭉쳐
    공연+여행 프로그램 열어

    대중음악평론가 박은석(42·왼쪽)씨는 제주가 고향이다. 중학생 때 팝 음악에 빠져든 그는 대학 재수를 위해 서울로 올라와 학원을 다니던 무렵 ‘헤비메탈 클럽’이라는 음악동호회에 가입했다. 동호회지에 조금씩 글을 쓰다 음반 해설지까지 쓰게 됐다. 1990년대 후반 한국방송 위성텔레비전 팝 전문 프로그램 <뮤직타워> 진행자와 에스비에스 <한밤의 티브이 연예> 팝 전문 리포터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는 요즘도 여러 매체에 팝과 국내 인디 음악에 대한 글을 쓰며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인디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의 고건혁(31·오른쪽) 대표도 제주가 고향이다. 중학생 때 록 밴드 너바나의 음악을 접한 뒤 록 음악만 듣기 시작했다. 1995년 당시 갓 태동한 서울 ‘홍대앞’ 인디신의 대표주자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의 제주 합동공연을 보고 나서 밴드를 조직했다. 베이스 기타를 잡은 그는 곧 음악에 재능이 없음을 깨닫고, 연주보다 공연기획 등을 도맡았다. 서울의 대학에 들어간 뒤 ‘동경의 땅’ 홍대앞으로 갔으나, 그곳은 예전만큼 뜨겁지 않았다. 오히려 같은 학교에서 음악을 하는 장기하, 윤덕원(브로콜리 너마저), 송재경(9와 숫자들), 깜악귀(눈뜨고 코베인) 등과 어울리는 게 더 재밌었다. 이들과 함께 차린 붕가붕가레코드가 망하기 직전,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가 대박을 터뜨렸다. 홍대앞에서 그는 이제 본명보다 ‘곰사장’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인사가 됐다.

     

    제주에 기반을 둔 인디 레이블 부스뮤직의 부세현(36·가운데) 대표는 제주 서귀포시 성산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교악대에 들면 아침조회를 빠질 수 있다는 데 혹해 마침 빈자리였던 플루트를 맡았다. 우연히 음반가게에서 흘러나온 데스메탈 음악에 홀린 듯 빠져든 그는 플루트를 팔고 베이스 기타를 샀다. 제주에서 만든 밴드로 전국을 누비는 꿈을 꿨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서울로 올라와 녹음실에 취직해서 만난 음악인 상당수가 자신처럼 지역에서 올라온 이들이었다. ‘다시 제주로 내려가서 뭔가 해보자. 지역에서 음악 하는 이들이 떠나지 않을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산 중고 녹음장비를 들고 제주로 내려가 1년에 걸쳐 녹음실을 꾸몄지만, 2007년 개장 한달 전 불어닥친 태풍 ‘나리’로 물에 잠겨버렸다. 상실감에 마음마저 침수된 그는 여섯달여 방황 끝에 제주의 집에다 간판만 걸고 음반사를 차렸다.

     

    제주 출신의 세 남자가 뭉친 건 지난해 여름. 각자 마음속에 품어온 제주 록 페스티벌의 꿈을 이루고자 의기투합했다. 처음엔 국내외 실력파 인디 음악인들이 출연하는 관객 5000명 규모의 축제를 구상했지만, 일을 진행할수록 부딪치는 난관이 늘어만 갔다. “소박하게 시작해서 시간이 걸려도 조금씩 키워나가는 축제를 해보자.” 그렇게 해서 만든 게 공연과 생태여행을 결합한 제주 문화 투어 프로그램 ‘그레이트 이스케이프 투어’(GET)다. 매달 한번씩 2박3일 동안 진행하는데, 지난달 첫 투어에는 델리 스파이스, 눈뜨고 코베인, 바이바이 배드맨 등 인디밴드와 여행객 12명이 참여했다. 공연 뒤 함께 어울려 뒤풀이도 하고, 오름과 올레길도 걸었다. 항공료, 숙식, 공연 관람 등 모든 비용을 포함해 39만원이다. “여행객 1인당 6만원씩 적자였어요. 적어도 40명은 돼야 손익분기점을 넘는데, 아직 덜 알려진 탓이죠.” 그나마 다음, 엔엑스시(NXC·넥슨 지주회사), 카셰어링 서비스업체 ‘소카’(SOCAR) 등 제주 지역기업의 후원이 버팀목이 됐다.

     

    손해는 봤어도 참여자 만족도가 크다는 데서 위안을 삼는다. 지난달 다녀간 12명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들어 모임을 갖고 있다고 한다. 15~17일 진행하는 두번째 투어에는 크라잉넛, 게이트 플라워즈, 브로큰 발렌타인과 여행객 20여명이 함께한다. 오는 11일부터 모집을 시작하는 7월 투어에는 밴드 강산에, 피터팬 컴플렉스, 미국 싱어송라이터 마크 코즐렉이 참여한다. 제주 현지에서 공연만 보는 것도 가능하다.

     

    이들은 서귀포 대중음악 창작지원센터(가칭)도 내년 개원을 목표로 준비중이다. 제주도민과 뭍에서 온 음악인들을 위한 창작공간이다. 녹음실과 숙소를 꾸며놓고, 음악인들이 싼 가격에 녹음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음악인들이 도민을 대상으로 공연과 음악 강습을 하도록 해, 문화로 어우러지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평화의 섬 제주를 음악의 섬으로도 만들겠다”는 이들은 “내년 여름 제주에서 대규모 음악 축제를 여는 꿈을 향해 계단을 오르듯 한발 한발 내딛겠다”고 말했다. www.getinjeju.com, 070-4122-2534

     

    글·사진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BS 𖤐 HELLO ROOK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