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8월의 헬로루키 오디션 현장스케치 - 음악을 듣는 방법
    2011 헬로루키/Stage 2011. 7. 9. 03:13

    8월의 헬로루키




    8월의 헬로루키 공연이 열리는 홍대 V-HALL 입구로 들어서려는데,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는 뮤지션들이 보였다.
    모두 기타를 메고 있는 뮤지션들이었다. 뮤지션들은 입구로 올라오는 우리를 보자 문을 닫지 않고 기다려줬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뮤지션들을 흘깃 쳐다봤다. 저들이 무대에 서는 사람이라니!

    그녀는 팔소매를 걷으며 무더운 날씨가 짜증스럽다는 듯 입을 일자로 다물고 있었다. 내가 지금 말하고 있는 사람은 록 음악을 좋아하는 여자 '친구' 루루다. 언젠간 따옴표를 뗄 수 있겠지.
    "시원한 음료수라도 사올 걸 그랬나?"
    "아니, 괜찮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티켓 창구가 바로 보였다. 관람객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숨이 턱까지 막힐 것 같은데, 다행히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공연장에 에어컨이 쌩쌩 했다.





    쿼츠
    소리질러 지구 한 바퀴

    쿼츠


    음악 듣기http://bit.ly/ifPl9G  곡명 - Nothing But A Lie / Panic Room

    프로젝트 스크린이 무대를 가리고 있었다.
    그 뒤로 첫 번째 무대에 서는 팀, 쿼츠 멤버들의 발이 분주했다.
    스크린이 올라가자, 멤버들의 발이 멈춰섰다.
    연기가 무대에 자욱했다.

    악기를 들고 있지 않은 가운데 남자는 보컬임이 분명했다.
    그는 뒤돌아 서 있었다.
    연주가 시작됐고 보컬은 물을 마셨다. 연주는 길게 이어졌다. 연주만으로도 마음에 드는 밴드였다.
    그런데 조명이 빨갛게 비추더니 보컬이 몸을 뒤로 젖혔다.
    라이브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오~!"

    지구 반대편까지 소리가 닿을 듯이 샤우팅을 끊지 않고 내질렀다.

    루루와 눈이 마주쳤다. 루루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보란 듯이 만족스러워 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도 양손 엄지손가락을 세워 내밀었다.


    페이션츠
    미래의 음악을 지금 듣다

    페이션츠


    음악 듣기 - http://bit.ly/iNUw1z  곡명 - Hybrid / Steel Face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 하고 멘트를 짤막하게 날리더니 연주가 시작됐다.
    머리카락을 볶은 뮤지션의 멘트여서 격렬할 듯한 우리의 미래를 노래할 것 같았다. 그런데 예상과 달랐다. 선곡표를 보니 첫 곡은 헬로루키 응모곡에서 미리 들어본 Hybrid였다.

    "후후~" 그리고 또 "후후~" 발랄한 음악이다.

    여행을 출발 할 때 느낄 수 있는 설렘과 어디로 갈지 모를 때의 일렁거리는 느낌. 공연장의 벽에는 신나게 달리는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처럼 무늬를 가진 조명 빛이 빠르게 돌아갔다.

    노래가 끝날 무렵, 기타 뮤지션이 무대 앞으로 한 칸 내려오더니 코드를 잡는 왼손으로만 연주를 했다. 마치 재롱을 부리듯이 현란한 퍼포먼스였다. 관객들도 열광적인 박수로 보답했다.

    "자유로로 여행가자!" 루루가 들떠서 말했다.
    "자유로라니?" 목적지가 불명확해서 대뜸 내뱉었다.
    "달리자는 거지 당일치기로."
    "나, 면허 없다."

    머리카락을 볶은 뮤지션이 다시 멘트를 던지며 두 번째 곡으로 이어갔다.
    "우리를 철면피로 만드는 것들의 노래."


    락캣츠
    고양이의 무한 점핑

    락캣츠


    음악 듣기 - http://bit.ly/jRRLNe  곡명 - 라디오 라디오 / 벤자민 / 예측불허 연애당

    다시 스크린이 올라갈 찰나였다.
    갑자기 "락캣츠입니다!" 하고 여성 보컬이 소리를 질렀다.
    한 발로 깡총 깡총 뛰며 빙글빙글 춤을 췄다.

    특이한 창법, 아니 특별한 목소리였다.
    "않아~도, 않아~도"
    록을 부르는 고양이 목소리.

    조명이 객석으로 비추어서 눈이 부셨다. 잠깐이었고, 곧 조명이 꺼졌다.
    무대는 어둡게 보였고 보컬은 양팔을 들어올렸다. 나만의 라디오가 반복됐다.
    주파수를 맞추지 않아도 라디오에서 항상 저 목소리가 나올까 하고 생각했다.

    지난 달, 7월의 헬로루키 공개오디션에 처음 왔을 때는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그 경험은 나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음악을 재미있게 듣는 한 가지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고흐, 모네 같은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처럼 음악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악기마다 고유의 음이 있지만, 뮤지션들이 순간의 음을 포착해서 주관적인 감각을 표현하는 인상.
    많은 공연관람 경험도 필요 없다. 한 번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을까?

    락캣츠는 3곡을 들려드릴 수 있는 기회가 돼서 빨리 시작했고 빨리 끝낸다고 했다.
    록을 부르는 고양이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끝!"


    슈퍼8비트
    잊혀지지 않을 여자들

    슈퍼8비트


    음악 듣기 - http://bit.ly/keQuP9  곡명 - Kiss Machine / 잊혀진 그 사람

    루루가 말했다.
    키스머신이라는 곡이 인상적인 음악이어서 중독되듯 들어봤다고 했다. 나도 여러번 들었다.
    처음으로 음악을 똑같이 공감한 듯하다.

    기타를 든 세 명의 여성 뮤지션들이 삼각형 모양으로 둘러 서서 연주를 시작했다.
    연주는 파워가 가득했다.
    그런데 연주가 멈추더니 중간에 키스머신 곡 소개를 했다.
    자유자재로 연주를 하고 관객들과 호흡을 했다. 오디션이라는 긴장감 보다는 정말 무대를 즐기는 뮤지션들이었다.

    응모곡 키스머신에 이어서 부른 곡은 신곡, 잊혀진 그 사람이었다.
    "잊혀진 그 사람 나도 잊혀졌나봐"
    가사가 귀에 쏙 들어왔다. 가사의 그 감정이 옆사람 루루에게 옮겨졌다..
      

    유니크 쉐도우
    지구의 밤은 외계인의 그림자


    유니크 쉐도우


    음악 듣기 - http://bit.ly/mvJVWN  곡명 - Love yourself / 빙글빙글 pt.2

    "키키, 원맨 프로젝트 DJ 아는 거 있어?" 루루가 물었다.
    "여러 가지 음악을 썩는 그런 DJ... 연주만 있는 게 아니라 노래도 부르던데? 아마 여자 가수이지 않을까?" 하고 대답했다. 아직 루루만큼은 아니겠지만, 뮤지션들의 음악을 듣고 공연장에 왔기 때문에 자신있었다. 어려울 것만 같았던 공연장에서의 음악은 사실 편견이었을 뿐이라는 게 공연장에 와보니 절실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무대에 오른 사람은 남자였다.
    그 뮤지션은 마치 우주선에 타고 있는 듯했다.
    <윙-  윙->
    우주인이 지구인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신나는 댄스 음악이 펼쳐지고 인간의 욕망을 깨우는 신호.
    그러다가 이내 우주선이 추락했다. 추락은 곧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 과정.
    추락한 우주선 옆으로 지구의 여인이 다가섰다.
    "너에게 날 조금씩 보내줄게"
    여인에게는 톡특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루루를 봤다. 해맑기만한 루루에게도 그림자가 있을까. 
    그녀는 그림자조차 밝을 것 같다. 


    조길상
    비틀즈 스타일이라도 괜찮아

    조길상


    음악 듣기 - http://bit.ly/iRjmih  곡명 - 문득 / 괜찮아

    "강을 건너는 지하철에 앉아
    휴대폰을 꺼내다가 문득 생각해"

    다른 건 모르겠다. 조길상의 노래를 들으며 노래 소개 문구에서 공감할 수 있는 글귀를 하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서정성의 백미. 조길상의 노래라면 미안한 마음, 그 마음을 잘 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 그 느낌이었나보다.
    뮤지션은 곡이 끝날 즈음 하모니카를 불었고, 모두 움직임 없이 숨죽였다.
     
    TV 1회 출연, 라이오 1회 출연의 경력을 가진 포크 가수는
    정규앨범에 10곡 이상을 넣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소개를 시작했다.

    "합정동 남OO 원장님이 헬로루키에 나간다고 하니 헤어스타일을 바꿔주셨다.
    귀여운 척, 귀척하고 싶지만 어색하다. 그래도 비틀즈 초창기 스타일로 생각하니 힘이 난다."
    나와 루루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두 번째 곡 괜찮아가 시작됐고, 관객들 모두 환호했다.
    "섹시하니까" 괜찮았다.


    달콤한 소금
    달콤하고 짠맛이 있는 그게 사랑

    달콤한 소금


    음악 듣기 - http://bit.ly/jDjnSI  곡명 - 그게 사랑 / 오후에야

    "사랑은 이렇게"
    그렇게 분위기를 녹여주었다.

    루루는 이미 가사를 다 외웠는지 따라 불렀다.
    "닥터챔프라는 드라마 봤어?" 루루가 조용히 귀에 대고 물었다.
    "드라마는 모르는데, 김소연이 기타치면서 부르는 동영상은 보고왔어." 하고 다시금 아는 척을 했다.

    "사랑은 이렇게 잊혀질 만하면 또다시 생각나 어쩔 수 없는"

    달콤한 소금의 맛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달콤, 소금. 어쩌면 바다가 아닐까 싶었다.
    확 트인 모래사장과 쉼없이 밀려드는 파도.

    그게 사랑이라는 곡이 무대 위를 바다로 만들어주는 느낌 때문일까.
    멤버는 3명, 바이올린과 기타 세션이 서 있는 모습으로도 퍼포먼스가 되는 것 같았다.
    부조화스러운 악기들의 조화.

    지난 달 소개팅으로 루루와 처음 만난 장소가 7월의 헬로루키 공연장이었다.
    나와는 전혀 다른 음악의 취향, 록 음악을 좋아하는 루루와 어울릴 수 있을지 걱정 됐다.

    하지만 이제는 함께 화음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패브 토크
    사랑하기 때문에 재즈도 있는 게 아닐까

    패브 토크


    음악 듣기 - http://bit.ly/mDxfn8  곡명 - Up To The Top / 사랑하기 때문에

    사실 나는 재즈를 좋아한다. 재즈 총서를 읽어본 적이 있지만 아는 것은 없다. 데이빗 베누아(David Benoit)의 Here's to You, Charlie Brown!- 50 Great Years! 앨범을 소장하고 있는 정도이다. 스누피 탄생 50주년을 기념해서 만든 음반이다.

    패브 토크 팀은 퓨전재즈를 연주했다. 헬로루키에 도전하는 뮤지션들은 정말 장르가 각양각색이다.

    "루루, 헬로루키에 혹시 트로트 장르 팀도 있었어?" 하고 물어봤다.
    자세히는 모른다며 손사래를 쳤다.
    루루는 연주에 귀 기울이며 들었다.
     
    두 번째 곡은 사랑하기 때문에였다. 수십 년이 흘러도 다시 듣게 될 노래.
    원곡의 멜로디가 확실하면서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카페에 왜 재즈 음악을 많이 틀어놓는지 알 것 같아." 조심스럽게 루루에게 소곤거렸다.
    루루는 조용히 하라고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흘겨봤다. 

    패브 코트의 음악을 듣다보니 커피가 땡겼다.


    블랙백
    메아리 울리는 록 스피릿

    블랙백


    음악 듣기 - http://bit.ly/kZY4mb  곡명 - That's not / White one / Beautiful morning

    어느새 마지막 팀이 무대에 올라왔다.
    오늘은 여자 보컬이 많아서 블랙백의 여자 멤버도 보컬인줄 알았지만 베이스 기타를 연주했다. 마지막 팀의 선곡표를 보니 3곡이었다. 멘트 없이 바로 연주가 시작됐고, 3곡은 너무 짧게 느껴졌다.

    블랙백, 음악 소개는 간결했다.  "어떤 가방이든지,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있든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듯이 저희 음악이 그러하기를 바랍니다."라는 소개였다.
    맞다. 내가 음악을 듣는 방법. 음악의 인상을 듣는 것이 바로 그런 음악이 아닐까 싶었다.

    보컬의 목소리는 힘차게 손끝 발끝에 새로운 감정이 스며들게 했다.
    가슴 저리게 울고난 후에는 시원한 감정이 오듯,
    저 멀리에 있는 누군가를 미칠 듯이 소리쳐 불러 세운 후 목에 감기는 메임이 남듯,
    그런 감정이 메아리쳤다.

    Beautiful Morning 곡의 후렴부 연주가 끝나면서 고개를 올려 천정을 봤다.
    메아리가 계속 울릴 것 같다.


    PF Flyers 피에프

     
    공연이 모두 끝나고 바로 경품 추첨에 들어갔다. 루루는 어서 티켓을 꺼내라고 재촉했다.
    경품은 PF Flyers 운동화와 헬로루키 티셔츠였다.
    티셔츠도 좋았지만 PF Flyers가 너무 탐났다. 티켓 번호가 들어있는 상자에서 몇 번이 선택될까!
    로또를 해봤던 때보다 설레였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당첨 번호가 나오는 순간, 루루는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되, 돼,  됐어?" 나는 깜짝놀라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루루는 번호 한끗 차이라며 티켓을 보여줬다.
    "나 같은 마니아한테 좀 주지!" 하고 고개를 저으며 아쉬워했다.  
    당첨된 사람들은 무대 위로 달려갔고, 사람들이 "오오" 하며 부러워했다.

    루루는 당첨된 사람들에게 박수를 쳐주다가, 내 어깨를 툭 치더니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다음 달 티켓을 부탁해."





    8월의 헬로루키
    슈퍼8비트, 조길상 축하드립니다!


    8월의 헬로루키 슈퍼8비트

    첫 번째 8월의 헬로루키 <슈퍼8비트> 


    8월의 헬로루키 조길상

    두 번째 8월의 헬로루키 포크 가수 조길상

    8월의 헬로루키로 선정된 슈퍼8비트와 조길상은 상금과 PF Flyers 운동화를 받는다.


    피에프플라이어스

    스니커즈 피에프플라이어스는 관람객들에게도 경품으로 주어진다.


    김현준 평론가


    창작력에 심사기준을 두고 두 팀을 선정했다고 심사평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김현준 평론가


    심사위원이 강조하는 것은 헬로루키 슬로건처럼 거침없이 도전하라는 것이다. 여러 번 도전하는 팀이 결국 헬로루키가 될 수 있다고 평했다. 다음 회에 헬로루키에 또다시 도전할 팀들에게 격려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8월의 헬로루키 슈퍼8비트와 조길상은 7월 22일 <EBS 스페이스 공감> 무대에 선다. 

EBS 𖤐 HELLO ROOK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