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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 루키기사] 한겨레 - 아이돌보다 ‘인디’
    2013 헬로루키/루키 뉴스 2013. 10. 18. 12:04

    2013.10.17 19:48

    문고, 해금, 기타, 베이스, 드럼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소리는 흔히 말하는 ‘퓨전 국악’과 달랐다. 동양의 음악도 아니고 서양의 음악도 아닌,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음악이랄까. 지난 10일 서울 홍대앞 지에스(GS)자이갤러리에서 열린 서울국제뮤직페어(뮤콘) 개막식 축하공연 ‘서울스 솔’(Seoul’s Soul) 무대에 오른 밴드 잠비나이는 국내외 음악 관계자들 앞에서 폭발적인 연주를 뿜어냈다. 유투(U2) 등과 작업해온 세계적인 프로듀서 스티브 릴리화이트는 “잠비나이의 음악이 대단히 마음에 든다. 듣고 있으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전통과 현대적인 사운드의 적절한 결합이 매우 신선하다”고 극찬했다.

     

    축하공연이 끝난 뒤 인근 메세나폴리스 중앙광장 무대에서 본격적인 쇼케이스 무대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중앙광장은 마지막 출연자인 아이돌 그룹 엑소를 보기 위해 전날부터 자리를 지킨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하지만 외국 음악 관계자들은 오히려 이디오테잎 같은 인디 밴드들의 음악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아델, 라디오헤드 등이 속한 영국의 세계적인 인디 레이블 베가스 그룹에서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는 사이먼 휠러는 “케이팝이 어떤 스타일의 음악인지는 알고 있지만, 그게 그렇게 좋은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엑소의 무대가 시작하기 전에 대부분의 외국 음악 관계자들은 인디 밴드들의 무대가 주로 열리는 상상마당 라이브홀로 이동했다. 이곳에선 우리 전통 가락을 접목한 록 음악을 선보인 3인조 밴드 아시안 체어샷의 무대가 특히 호평을 받았다. 영국 리버풀 사운드시티의 데이브 피칠링기 대표는 “아시안 체어샷이 영국에 오면 관객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다. 부킹(섭외)할 가치가 있는 팀”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세계적인 록 밴드 스매싱 펌킨스의 기타리스트 제프 슈뢰더는 이날 여기저기 다니며 대부분의 공연을 지켜봤다. 그는 지난 8월부터 홍대앞에 아파트를 얻어 지내고 있다.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에서 지내보고 싶다는 오랜 꿈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홍대앞 인디 밴드들의 공연을 보고 그들과 교류하며 영감을 많이 얻는다고 그는 말했다. 제프 슈뢰더는 11일 인디 밴드들의 축제 ‘잔다리 페스타’ 프로그램 중 하나로 열린 ‘달빛요정 스테이지’에서 국내 인디 밴드 코어매거진과 합동공연을 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뇌경색으로 숨진 인디 음악인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진원)을 추모하는 무대였다.

    세계 음악시장에선 밴드 음악의 비중이 상당하다. 외국 음악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음악과 비슷하면서도 자신들에겐 없는 특별함을 지닌 한국 인디 음악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마돈나, 라몬스 등을 발굴한 전설적인 음반 제작자인 시모어 스타인 워너뮤직 부회장이 국내 펑크록 밴드 노브레인과 음반 계약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만 봐도 그렇다.

    아이러니한 건, 국내 음악시장이 여전히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이 최근 공개한 정책자료집을 보면, 지난해 가요 차트의 82%를 아이돌 음악이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음악시장의 주류 장르인 록, 힙합, 포크 등은 각각 1%에 그쳤다. 국내 미디어와 대중의 외면에 지친 인디 밴드들은 스스로 외국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했고, 이제 그 과실이 조금씩 영글어가고 있다. 과실은 분명 달콤할 테지만, 씁쓸한 뒷맛도 남길 것 같다.

     

     

     

     

     

    서정민 문화부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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