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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키스타] 루키에서 국보급 밴드로 성장하다 - 국카스텐
    2011 헬로루키/Story 2011. 7. 20. 10:02

     


    신인 뮤지션의 등용문 헬로루키가 두 번째 해를 맞이하던 2008년에는 충격적인 사운드로 무장한 신인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단 한번의 공연만으로 보는 모든 이들을 팬으로 만들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찬사와 함께 등장한 밴드가 있었다. 2008년 6월의 헬로루키로 선정되었고, 그해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의 영광을 얻은 밴드 국카스텐이다!
    국카스텐의 첫 단독공연이 7월 9일 성황리에 열렸다. 팬들의 노력과 국카스텐의 약속이 만들어낸 대형 콘서트홀에서의 공연이었다. 사람들은 즐겁다 블로그의 서예슬님을 따라 음악사에 기록될 공연이라 불리는 현장을 만나보자.


    국카스텐 클럽 http://www.guckkasten.co.kr/



    | 서예슬님이 소개하는 국보밴드 국카스텐!
     
    국카스텐. 중국식 만화경(萬華鏡)을 뜻하는 독일 고어를 밴드명으로 쓰고 있다. 아날로그 사운드를 기본으로 만화경에 비춘 영상처럼 복고적이고 사이키델릭한 음악을 추구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사이키델릭한 이미지와 독특한 사운드 구현, 그리고 무엇보다 보컬의 괴물같은 실력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2001년 길을 지나던 이정길(드럼)이 하현우(보컬)에게 같이 밴드하지 않겠냐고 제안. 이후 멤버 구인 사이트에 기타 실력 좋은 사람을 구해 전규호(기타)가 합류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밴드명 "뉴언발란스"로 활동했고, 2003년 "The COM(compass of music)"으로 밴드 이름을 개명했다. 말 그대로 먹고 살기도 힘든 밴드 생활 중 멤버들의 군대 문제 등으로 잠시 휴식을 했다. 2007년, 드디어 지금의 '국카스텐'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 김기범(베이스)이 합류. 07년 쌈지사운드페스티벌 숨은 고수 선정, 08년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 2010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상, 최우수 록 노래상을 수상하며 현재 인디씬에서 가장 '핫' 하고, '잘' 나가는 괴물 밴드가 되었다.

    2008년 올해의 헬로루키 공연중 기타를 만지는 하현우(좌) 대상 수상식 모습(우)


    | 2년만에 성사된 대형 콘서트홀.

    "국카스텐과 함께 멜론악스로 갑시다! 아레나급 밴드 국카스텐의 공연을 제대로 만끽하기 위해서는 넓직한 공연장과 그에 걸맞는 사운드가 필수적입니다. 하여, 국카스텐은 일단 공연을 잡아놓고 초조하게 흥행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관객을 모아놓고 자신감 넘치는 공연을 펼치기로 결정했습니다. 일종의 공동구매 공연이지요. 댓글 1000개가 달리면 멜론 악스를 그 즉시 대관, 공연 날짜 등 구체적인 사항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1000명이 차는 그 날 우리들은 멜론 악스로 가는겁니다!!"
     
    2009년 3월 3일 국카스텐의 클럽에 올라온 글이다. 그리고 2011년 1월. 드디어 악스홀 공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7월 9일 단독콘서트의 티켓은 10분만에 1000석 매진! 그리고 단 20일 만에 2300석 전석 매진과 추가표 150석 매진의 쾌거를 이루었다. 그냥 한 방에 확 뜬. 소위 말해 거품이 잔뜩 껴있는 밴드가 아니다. 그들에게는 지하철로 공연 장비를 옮기던 힘든 시절이 있었고, 곡 작업을 위해 강원도로 떠나기도 했다. 거의 10여 년에 걸친 노력의 시간들이 있었기에 더욱 빛이 난다.
     
    드디어 대망의 7월 9일이 왔다. 오전에 비가 살짝 내려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오후가 되니 비도 싹 그치고 살짝 선선하니 날씨가 참 좋았다. 티켓팅을 마치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공연장으로 들어가니 팬들이 정성스레 만든 축하 영상 UCC들이 스크린에 하나씩 나오고 있었다. 축하 영상 UCC 이벤트는 팬들이 직접 영상을 만들어 보낸 것들 중 각 멤버들이 가장 좋은 영상을 하나씩 골라 선물을 주는 것!
     
    하현우는 직접 그림을 그린 티셔츠 (대학에서 미술 관련 전공이었고 앨범 자켓도 직접 디자인에 참여할 만큼 실력이 좋다) 전규호는 메가폰, 김기범은 자신이 쓰던 어쿠스틱 베이스, 이정길은 저녁식사 대접을 선물로 내걸었다. 하나같이 정성이 듬뿍 담긴 영상들이었다.
     
     
     
    | 1부 - 가열찬 워밍업 타임.

    매니큐어(EP), Violet Wand(1집), Limbo(1집), 미로(1집), Faust(1집), Vitriol(1집), Gavial(1집), Rafflesia(1집)
     



    공연이 시작됐다. 매니큐어가 울려퍼지며 막이 올라갔다. 공연 초반에는 잔잔하게 어쿠스틱으로 하거나 10cm가 나오겠지, 했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그들은 공연장을 불태우기로 작정했는지 첫 곡부터 바로 강렬함 속으로 관객들을 끌어당겼다. 앨범에 수록된 것과 다르게 기타 솔로를 더 만들어 집어넣었고, 특별히 건반이나 퍼커션 분들을 모셔서 아예 다른 편곡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 중 특히 Gavial과 Rafflesia가 참 색다르게 음악이 나와서 또 다른 매력을 볼 수 있었다. 또 사이키델릭함을 더욱 더 잘 표현하기 위해 한 곡 한 곡마다 무대 뒤 스크린에 영상들이 나오고 있었는데, 이 또한 직접 제작한 것들이라 대단했다. 조명 또한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쓴 듯했다. 음악 + 영상 + 조명. 그야말로 악스홀의 모든 사람들은 한 편의 3D 영화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 2부 - 잠시 calm down, 감미로운 어쿠스틱 타임.

    붉은밭 어쿠스틱(EP), Sink Hole(1집), Toddle(1집), 지렁이(미발표곡), 꼬리 어쿠스틱(1집)
     



    1부만으로 공연이 끝났어도 누구도 이상하다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그들은 한 곡 한 곡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고, 악스홀은 끓고 있었다. 1부가 끝난 뒤 무대에선 UCC 이벤트에 뽑힌 사람들을 발표했다. 그 동안에 국카스텐은 의상을 갈아입고, 다음 공연을 준비했다. 이번 무대는 어쿠스틱! 탭퍼 분이 먼저 나와 화려한 탭댄스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고, 드디어 국카스텐의 재등장. 국카스텐의 수많은 명곡들 중에서도 명곡이라고 생각하는 붉은밭 어쿠스틱 버전부터 시작해서, 싱크홀의 어쿠스틱 버전(앨범에는 없다)과 토들. 또 아직 앨범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국카스텐 팬이라면 다들 알고있을 지렁이. 그리고 꼬리 어쿠스틱까지. 1부에서는 강렬하고 아주 매운 음식을 먹는 기분이었다면, 2부는 매운 맛을 살짝 다독여 줄 달콤한 음식을 먹는 기분이었다.

     

     

    | 3부 - 게스트 10cm의 축하 공연.

    Kingstar,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아메리카노
     


    요즘 예능프로에 출연하게 되면서 많은 이슈를 한몸에 받고 있는 10cm. 그들이 국카스텐의 단독콘서트를 축하하러 왔다. 국카스텐과의 인연과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었고, 한 번에 감당하기엔 너무 힘들었던 1부와 2부, 2연타의 충격에 빠진 관객들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최근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가사가 다소 선정적이지만 그런 노래를 소화하기에 딱인 끈적한 목소리로 온 관객들을 녹여버린 King star부터 상콤한 노래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그리고 가장 유명한 아메리카노까지. 특히 아메리카노를 부를 때 관객들의 "써! 써! 써!"는 정말 재미있었다. 앵콜을 외쳤지만 아쉽게도 그들은 그렇게 3곡만을 부르고는 들어갔다.
     
     
     
    | 4부 - 우주 끝까지 날아가보자.

    붉은밭(EP), 거울(1집), 깃털(미발표곡), 사랑일뿐이야(들국화 리메이크 앨범), 성인식(박지윤 cover), Sink Hole(1집), 꼬리(1집) | 앵콜 - 나침반(미발표곡), Mandrake(1집)


     
    공연 시간은 어느덧 2시간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고, 공연장은 달아오를대로 달아올라 들끓고 있었다. 하지만 국카스텐은 가차없었다. 아예 공연장을 통째로 우주까지 날려버리겠다는 심보를 가진 듯 더욱 관객들을 미치도록 만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음악 중 유난히 뜨거운 음악들과 미발표곡들. 그리고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박지윤의 성인식 cover. 정말 노래 처음 시작했을때의 전율은 글로 설명하기 힘들다. 그저 멍하니 입 벌리고 무대에 홀려있었던 것 같다. 사랑일뿐이야도 그렇고 성인식도 그렇고, 또 여태껏 커버해왔던 곡들을 들어보면 국카스텐은 어떤 종류의 음악이든 그들 식으로 소화해낸다. 그렇게 그들은 남은 열기의 마지막 땀 한방울까지 제 몸에 남기지 않겠다는 듯 모든 힘을 무대에 토해냈고, 관객들 또한 모든 걸 잊고 그저 뛰었다. 이 순간만큼은 바깥 세상과 공연장 안은 단절된 듯했다. 우리만의 시간을 우리만의 공간에서 우리끼리 만들어내고 있던 것이다.
     


    | 모든 곡이 끝났다. 그리고 앵콜.

    미발표곡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 나침반. 그리고 요즘 새삼 명곡이라는 걸 느끼며 무한반복 중이던 만드레이크.
    만드레이크를 부르던 중 하현우(보컬)는 공연을 도와준 사람들과, 멤버들을 한 명씩 소개했다. 기범(베이스)은 절을 하였고, 정길(드럼)은 드럼 위에 올라 춤을 추며 정말 감사하다고 얘기했다. 정말 감사하다고. 오늘 공연이 끝나면 또 열심히 준비를 해서 더 멋진 2집 앨범을 들려드리겠다고.

    국카스텐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우) @guckkasten_say


    한 단어 한 단어 힘들게 꺼내는 현우님의 목소리엔 진심이 묻어있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울컥했던 것 같다. 그 동안 밴드를 하며 겪었던 수많은 고생. 힘들었던 악스홀 단독공연의 준비기간, 그리고 성공적인 마무리. 그 진심어린 이야기 후에 계속되는 노래를 듣다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3시간, 4부에 걸친 대장정은 끝났다. 공연에 참여한 사람들이 무대에 모여 손을 잡고 절을 했다. 공연이 끝나고도 많은 사람들이 한 동안 공연장을 떠나지 않고 그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아니 빠져나오려 하지도 않고 시간을 되돌리고 있었다.



    | 아직도 시작이다.

    시간이 지나 조금이라도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아마 한동안은 절대 그럴 일 없겠지만) 리뷰를 쓰려고 컴퓨터를 켰다.
    글을 조금씩 써나갈 때마다 국카스텐 단독공연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생생하게 머릿 속에 떠올랐다. 벌써 너무 그립고 아련하다.
     


    이미 인디씬에선 아주 큰 성공을 이루었지만, 국카스텐이라는 밴드에게는 이 정도로 당치 않다.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만의 소신과 색깔이 있는. 동시에 항상 열정과 노력을 다 하는 국카스텐이 앞으로 훨씬 더 승승장구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앵콜곡 "Mandrake"의 가사와 함께 7월 9일은 또 하나의 보물로 내 마음 속에 묻어두기.
     

    국카스텐 1집 정규앨범 9번 트랙 Mandrake
    "그대 마음을 탐냈던 나의 손아귀는 탄성을 잃고. 모든 걸
    놓은 채 무기력해지고, 남아있는 건 마모되어버린 호흡 뿐.


    식어버린 나의 가슴은 황무지가 되어버렸고. 씨앗을 품었던
    내 입은 어느새 맛을 잃었고, 또 기만 속에 영그네.


    기름진 열매 속에 숨어 메말랐던 나의 노래는 네 귀에
    닿지도 못한 채 흩어져 시름없이 난 노래를 부르네.


    시퍼렇게 멍이 든 허공에다 손을 휘젓고 시들어버린 호흡은
    내게 떨어지네.

     
    처참한 향기를 맺었던 설익은 호흡은 아직도 지독한 향기를
    내뿜어 쓰라린 뿌리를 내리네."

     



    컴컴한 무대 위에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조명이 비춘다. 갖가지 조명의 색채무늬가 요리조리 흔들리고, 관객들의 시선은 무대를 밝히는 불 속으로 들어간다. 만화경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그 속에서 국카스텐의 짜릿한 사운드가 요동친다. 만화경은 같은 모양을 다시 나타내지 않고 계속 변화한다. 국카스텐의 무대는 언제나 만화경처럼 계속 변화, 혹은 진화하는 빛이 될  것 같다. 서예슬님의 공연 리뷰에는 보물상자를 열어본 것처럼 빛나는 만화경 속 국카스텐이 있다. 

    사람들은 즐겁다 블로그 원문 보러가기 http://www.cyworld.com/sle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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