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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잉넛-갤럭시 익스프레스, 미국 횡단 좌충우돌 콘서트

2012헬로루키/Story 2012/07/10 15:17

크라잉넛과 갤럭시 익스프레스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로큰롤 스타다.

‘말 달리자’(크라잉넛)나 ‘정글 더 블랙’(갤럭시 익스프레스)이 공연장에 울려 퍼지면 객석에 그야말로 불이 난다.

 

지난 봄, 이 두 팀은 ‘록의 중원’ 미국 땅을 주유했다.

로큰롤의 계절, 여름을 맞아 이들의 뜨거웠던 아메리카 질주기를 들어봤다.

 

 

#1
3월 9일 금요일. 갤럭시 익스프레스. 텍사스 주 휴스턴 ‘슈퍼 해피 펀 랜드’ 클럽.

총 관객 네 명. 노래 사이 터진 조촐한 박수가 열광의 전부. 어쨌든 무대를 내달리며 30분간 포효했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 전원이 멤버들을 만나기 위해 공연장 밖으로 나왔다.

같은 시각 무대에 오른 미국 밴드는 빈 객석을 향해 연주했다.

“이겼다.”(박종현·갤럭시 익스프레스 기타 보컬) 
  

#2
3월 11일 일요일. 크라잉넛.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카페 뒤 노드’ 클럽.

출국 전날, 박윤식은 살아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술 먹고 까불다 총 맞거나, 매일 술 먹다 간암에 걸리거나.” 아닌 게 아니라 크라잉넛은 홍대앞 최고의 주당들이다.

비좁은 클럽에 관객 50명이 들어찼다.

‘다 죽자’ 후렴을 ‘아임 어 라이어, 유 아 어 라이어, 레츠 올 다이’로 번역해 부르자

180cm가 넘는 여성 바텐더가 스테이지 다이빙(무대에서 객석으로 몸을 던지는 행위)을 했고 객석은 끓어올랐다.

 

#3
같은 날. 갤럭시 익스프레스. 텍사스 주 오스틴 6번가 ‘로데오 퍼브’.

악기를 연주하다 고개를 드니 관객 100명의 열광은 우리가 아닌, 무대 앞, 바 한편에 놓인 로데오 기계에 더 쏠려 있다. 흥분한 박종현은 기타 솔로를 연주하다 여성 둘이 타고 있는 로데오 기계 위로 뛰어올랐다. 아가씨, 밀어낸다.

기타를 맨 채 땅에 떨어지며 스타일 구기는 종현.

 

#4
3월 13일 화요일. 텍사스 주 오스틴. 레즈비언 바, ‘리치 칼튼’.

기다리던 SXSW가 개막했다. 한국의 두 팀은 이역만리에서 눈물의 해후를 했다.

홍대앞 주차장 골목보다 훨씬 긴 가도에 늘어선 카페, 바, 레스토랑, 옷집이 전부 공연장으로 둔갑했다. 장관이다.

2000개 넘는 밴드가 각기 자기들 음악을 부려 놨다.  

오늘 낮 공연장은 레즈비언 바라고 했다. 무대 주변에 속옷들이 걸려있다.

그런데 수염 기른 할아버지가 블루스를 연주하고 있다. 여자는 별로 없다. 이 분위기는 아니다. 그래도 소득이 있었다. 객석에 있던 샌 안토니오 KSYM라디오 DJ가 “음악이 너무 좋다.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하자”고 제안해왔다.

SXSW에서는 관객이 두 명뿐이라도 방심해선 안 된다.

스태프가 건넨 다음 공연장 이름을 믿기 힘들다. ‘리츠 칼튼.’ 이건 분명 호텔이다.

레즈비언 바, 로데오 퍼브를 돌던 우리가 특급호텔에서 공연이라니.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공연장은 농장주 리치 칼튼 씨의 창고였다.

“오스틴엔 리츠칼튼 호텔이 아예 없었어.”(박종현)

 

 

#5
3월 16일 금요일. 오스틴 ‘소호 라운지’.

옐로우 몬스터즈, 3호선 버터플라이, 그리고 크라잉넛과 갤럭시 익스프레스 등

한국 밴드들의 공식 쇼케이스가 ‘소호 라운지’라는 바에서 있었다. 이번 투어의 하이라이트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공연 시간이 가까워오자 건물 밖에서 난데없는 꽹과리 소리가 들려왔다.

한국 교민들이 풍물놀이로 한국 밴드 응원에 나선 거다.

그 덕인지 공연장인 건물 2층에 관객이 미어터질 듯 들이닥쳤다.

피크는 크라잉넛의 ‘말 달리자’. 관객들이 동시에 뛰자 100년 된 목조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경찰이 출동했다. “위험하니 공연을 끝내라”며 음향시스템 전원을 내리려는 걸 간신히 무마했다.

 

#6
3월 19일 월요일. 갤럭시 익스프레스. 텍사스 주 샌 안토니오 ‘코로바’ 클럽.

급히 섭외된 라디오에서 홍보도 세게 했겠다, 이날 공연은 태평양 건너온 이래 최대 성황이 예상됐다.

휘파람 불며 도착한 코로바 클럽의 TV에서 뉴스 속보가 나왔다.

미국 여성 밴드 멤버들이 차에 미친 듯이 장비를 싣더니 담배를 피우던 우리에게 “행운을 빈다”고 외치며

급히 액셀러레이터를 밟는다. 토네이도였다. 공연은 취소됐다.

등줄기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장비를 도로 싣고 차를 몰았다. 달리는 차가 바람에 밀린다. 이건, 재난영화다.

 

#7
3월 22일 목요일. 갤럭시 익스프레스. 텍사스 주 러프킨.

텍사스 사람들도 러프킨이 어딘지 모른다고 했다. 산골이다.

공연장에 도착하자 현지인들이 환영의 뜻으로 직접 제작한 갤럭시의 한글 포스터가 걸려 있다.

‘명. 환영. 응접.’이란 문구. 분명 ‘Welcome’을 인터넷 번역기에 돌린 거다.

근데 ‘명’은 뭔가. 품사(‘명사’)를 빼는 걸 잊어버린 거다.

 

#8
4월 5일 목요일. 크라잉넛.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바이퍼 룸’

마지막 공연장인 바이퍼 룸은 명소다.

1993년 리버 피닉스가 약물과용으로 사망한 현장이자, 조니 뎁이 11년간 소유했던 클럽이다.

마지막 곡을 연주하며 눈가가 젖어왔다.

‘하나 둘 피워오는 어린 시절 동화 같은 별을 보면서/오늘밤 술에 취한 마차타고 지친 달을 따러가야지/밤이 깊었네…’

 

미국이 궁금해서 간 건데… 그 안에 있다보니 내가 더 궁금하더라.

‘그럼, 나는 뭔가?’ 여행이란 게 그런 것 같아.

―이주현

 

빌보드에 나온 것도 아니고 왜 갔느냐고들 하더라. 우린 음악이 아니라 인생을 느끼러 갔던 거야.

연말에 나올 새 앨범은 다를 것 같아. 록 밴드의 음악이 될 거야. 리얼 록 밴드의.

―박종현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기사에서 내용 및 사진 발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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