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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의 헬로루키 오디션 현장스케치 #1 - 어느날, 낯선 여자와 공연을 만났다
    2011 헬로루키/Stage 2011. 6. 27. 14:15
    7월 헬로루키 공개 오디션 스케치





    홍대입구역에서 루루와 설레는 첫 만남을 가졌다.
    저녁을 뭘 먹을지 고민하지 않았다. 먹거리가 많은 곳이니까 조금 걷다가 눈에 띄는 곳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나는 오랜만에 주차장 거리를 걷고 싶었다. 

    루루는 분위기 좋은 카페가 있다며 '이따가' 파스타를 먹자고 했다. 그런데 루루가 다짜고짜 나를 끌고 간 곳은 음식점이 아니었다. 홍대입구역 옆에 있는 V-Hall이라는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친구에게 루루를 소개받을 때 들은 얘기가 생각났다. 인디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이따가는 공연이 끝난 후를 얘기한 듯하다. 오히려 스케줄을 준비해온 루루가 고마웠다. 배가 고프지 않았기에 상관없었다. 

    눈짓 한 번 안주고 좌석에 앉아 팜플렛을 보고 있는 루루가 왠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뭔가 좋아하는 일을 하나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공연장에 나를 데리고 왔으면 누구 공연인지 설명은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했다.



    글렌체크
    팝~팝~ 튀는 일렉 POP~!


    공연장을 둘러보니 커플이 간혹 눈에 띄었고,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훨씬 많았다.
    나도 팜플렛을 펴봤다. 자세한 설명이 없다.
    맨 앞의 <글렌체크>가 있을 뿐이었다. 'addicted'와 'metro'라는 곡명이 적혀있다.

    글렌체크


    남자 두 명이 무대에 올라왔다. 여자 관객들의 박수 소리가 유독 컸다.
    루루도 박수를 치며 말했다.

    "일렉 팝 알아요?"
    나는 음악 용어를 모른다. 첫 곡 'addicted' 연주가 시작됐다.
     - 띠웅 띠웅 띠웅...

    아는 건 없어도 전자음악은 싫다. 두 번째 곡 'metro' 연주가 시작됐다. 연주가 시작됨과 동시에 루루는 박자에 맞춰 박수를 쳤다. 곡을 듣다보니 금세 나도 모르게 발을 구르며 박자를 맞췄다. 밝은 멜로디였다. 전자음악이 이처럼 상쾌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일반적인 팝 음악 같았다.

    "여자들한테 꽤 인기있는 밴드인가보죠?" 하고 연주가 끝난 후 루루에게 물었다.
    루루는 나중에 자신이 팬 클럽을 만들지도 모른다며 웃으며 말했다.

    글렌체크





    더 히치하이커
    악기와 치열한 전투, 그 웅장함!


    음악을 들을 땐 알고 들어야 몸으로 느낄 수 있는데, 나는 하나도 모르니까 팜플렛에 적혀있는 음악을 언제 다 듣고 갈지를 생각하니 조금은 답답했다.

    귀찮게 생각할지도 몰라 조심스럽게 히치하이커는 무슨 음악을 하냐고 루루에게 물어봤다. 다행히 루루도 히치하이커는 이름만 알고 어떤 음악인지는 잘 모른다고 했다. 스마트폰으로 히치하이커를 검색해봤다. 어떤 밴드인지 찾아보고 얘기해주려고 했다.

    역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잔뜩 나온다. 팜플렛을 다시 보니 정관사가 붙어있다. <더 히치하이커>로 검색을 해보려는데, 첫 곡 The Giant Part 1. Hexameron의 연주가 시작됐다.

    더 히치하이커


    히치하이커라는 이름을 보고 우주적 농담인줄 알았지만, 우주적 공포가 몰려오는 것 같았다.
    마치 공포 영화에 어울릴 듯한 웅장한 사운드였다.
    감상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문득 저 사람들이 나를 우주로 끌고가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아니, 연주를 듣다보니 저들은 히치하이커니까 내 영혼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한다는
    깊은 긴장감에 빠져드는 것 같았다.
    나는 달리고 히치하이커는 쫓아오고, 끝이 없다.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

    루루가 내 무릎을 툭툭 쳤다. 깜짝놀라 눈을 떴다.


    더 히치하이커






    강토
    스륵스륵~ 마음이 녹아내리네


    "키키 씨, 기타 칠 줄 알아요?" 루루가 물었다.
    "아뇨"
    "피아노는요?
    "못 쳐요."
    "그럼 악보볼 줄도 모르죠?"
    내 무릎에 손을 얹은 채 뻔히 처다보며 계속 물어왔다.

    강토


    무대에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시작됐다. 가수는 강토였고 곡명은 'instinctive Love'였다.
     - '추억을 먹고 기억을 담고 사랑의 조각들이 이제는 내가 더 다가설게'

    어쩌면 루루와 계속 만나게 된다면 기타라도 배워야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악보를 읽을줄 모르지만 로망스를 따라 쳐본 적이 있다.
    로망스의 멜로디를 떠올려보니, 그때는 중학교 음악실에 있을 때였다.
    드라마에서 항상 나오는 장면과 똑같이 한 소녀가 기타로 로망스를 치고 있었다. 
    그때가 나의 첫사랑 시작이었다.

    강토의 기타 줄에서 나오는 퉁 혹은 팅 소리가 내 손가락에서도 울리는 것 같았다.
    기타 선율을 더 듣고 싶지만 강토의 노래는 끝났다.
    '그래 오늘 같은 데이트 날 이런 노래를 들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강토




     
    잠비나이
    이걸 뭐라 표현해야할지, 다만 너무 멋지다


    <잠비나이>라는 팀은 무대에 거문고와 해금, 한 분은 기타와 태평소를 들고 나왔다.
    이 공연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서 루루에게 물어봤다.

    "신인 뮤지션들을 뽑는 오디션이에요. 그러니까 메이저 기획사에 소속되지 않고 하고싶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인정해주는 오디션 같은거죠."

    루루는 스마트폰을 받아들더니 헬로루키 블로그를 검색해 접속했다.

    "나중에 여기 한 번 보세요. 나오는 밴드들이 그냥 신인들은 아니거든요." 루루가 스마트폰을 돌려줬다.

    잠비나이 헬로루키


    잠비나이의 연주가 시작됐다. 퓨전국악... 그런 음악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드럼소리가 나지 않는 사고가 벌어졌다. 괜히 내가 긴장됐다.  
    다행히 다시 기회가 주어져서 무사히 연주를 끝낼 수 있었다.

    연주가 끝나고 루루가 내 팔을 손가락으로 긁었다.
    "키키 씨 팔에 닭살 봐요, 닭살."

    잠비나이의 곡을 듣고 소름이 돋았다.
    루루가 재미난 듯이 팔을 계속 긁으려고 했다. 장난기가 엿보였다. 잠비나이의 소름돋는 연주에 루루의 손톱이 더해지며 온기가 빠져나간 듯했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잠비나이 헬로루키




    보니
    아니, 이 목소리는 어디에서?

     
    무대에 아이돌이 등장했다.
    "이 사람들도 인디 밴드 맞아요?" 내가 물었다.
    "보니라고 본 적 있을 텐데. 혹시 박칼린 나왔던 남자의 자격 봤었나요? 루루가 되물었다.
    "그럼요. 봤었죠."
    합창단에 신보경이라는 가수가 있었는데, 새이름 보니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루루가 대답했다.

    신보경, 누구였더라. 신보경, 신보경...
     
    남자의 자격에서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를 불렀던 신보경이 떠올랐다. 나는 015B의 '잠시길을 잃다'에서 들었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다.

    보니는 '너를 보내도'라는 곡을 불렀다.

    보니 헬로루키


    "이런 인디 뮤지션들이 나오는 무대에 저런 예쁜 가수도 있군요." 하고 말했다.
    루루가 듣지 못했는지 눈을 크게 치켜뜨며 어깨를 들썩였다.
    나는 "아니에요" 하고 고개를 저었다.

    보니의 가창력은 신인의 것이 아니라 마치 프로 보컬의 가창력 같았다.
    '나가수'의 오디션에 출연해도 다른 가수들에 비해 뒤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박정현과 실력을 겨뤄보면 어떨지...

    가창력이 너무 좋았다. 노래도 너무 좋았다. 여자 관객들도 마음에 들었는지 반응이 좋았다.
      

    보니 헬로루키




    미드나잇 스모킹 드라이브
    락 밴드란 이런 것!

     
    "키키 씨, 뜻이 자정 흡연 운전 그대로인 걸까요?" 루루가 한 손은 핸들을 돌리는 것처럼, 한 손은 담배를 쥐고 있는 것처럼 시늉을 보였다. 이런 면이 있을 것 같진 않았는데, 제법 귀여워 보였다. 

    "글쎄요. 단어 그대로라면 자정 흡연 운전이 맞겠지만, 뭔가 다른 뜻이 있을 것 같진 않네요." 하고 대답했다.
    영어가 길어서 어렵게 보였는데, 해석해서 보니까 간단명료해서 잊어버리지 않을 네이밍 같았다.
    아무튼 밴드 이름이 알송달송 했다.

    미드나잇 스모킹 드라이브


    밴드가 무대로 올라왔다. 모두 검정색 수트를 입고 있었다.
    어두운 색감의 아우라를 뿜어냈다.
    무엇보다 여성 보컬이 눈에 띄었다.

    노래가 시작되자 <자정 흡연 운전>의 기분이 솔솔 나는 듯했다.
    100km 이상으로 엑셀레이터를 발고
    불륨은 최대치로 올리고
    차창을 내리고 담배를 피운다.
    바람이 거칠게 펄럭이며 뺨과 부딪히는 정도의 속도,
    그리고 머리카락이 살랑거리는 부드러움까지...

    루루는 록 음악에 신이났는지 혈색이 상기됐다.
    볼이 붉어지니 더욱 귀여워 보였다.

     

    미드나잇 스모킹 드라이브



     

    이상의날개
    착해 보이는 누나, 오빠의 감성 스토리


    무대에 착해 보이는 스타일의 형들과 누나가 올라왔다.
    이런 공연은 처음이라 조금은 착한 음악을 기대하고 싶었다.
    벌써 일곱 번째 팀이다. 러닝타임이 긴 영화 한 편을 보고났을 때마냥 엉덩이가 살짝 저렸다.
    팀명이 <이상의날개>다. 이상...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
     

    이상의날개


    오감도의 그 이상이란 말인가.
    이상의 날개는 얼핏 기억하기로 죽음으로 비상하는 의미였다.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대로 말하자면 함축적 의미 그런 것 말이다.

    착해보이는 스타일과 달리 연주가 막상 시작되자 웅장한 사운드가 울려퍼졌다.
    그때 루루가 뒤를 돌아봤다.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뒷 줄에 있던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다.
    통화하는 사람과 친구들인지 상관 말라는 듯한 눈빛을 내뿜었다.

    제1의관객이무섭다.
    제2의관객이무섭다.
    제3의관객이무섭다.
    제4의관객이무섭다.

    ... ...


    이상의날개




    첫 데이트에서 얼떨결에 루루를 따라 헬로루키 오디션 공연장에 온 키키. 인디 음악을 전혀 모르던 키키군의 솔직 담백한 현장 스토리는 7월의 헬로루키 오디션 현장 스케치 2탄으로 이어집니다.

     
EBS 𖤐 HELLO ROOKIE